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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02 마리포사 [Butterfly's Tongue] (1)


[마리포사]를 보기 전에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던 것이 생각난다.

“수업이 끝나면 눈시울을 적시는 몇몇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바로 내가 그랬다.
간만에 마지막 장면이 클라이막스인 영화를 제대로 본 것 같다.
영화 내내 이어지는 잔잔하고 소소한, 아름다운 영상들이
전부 이 마지막 장면을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과연 ‘나비의 혀’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보았다. 나비에게 혀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꿀을 마셔야 하는 순간에 펼쳐지는 빨대로서 나비의 생존에 꼭 필요한 신체적 도구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나비를 이야기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혀’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나비를 떠올릴 때 가장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속성은 바로 날개이다. 하늘하늘 바람결을 따라 자유롭게 펼치는 나비의 날개야말로 나비를 가장 나비답게 만드는 속성이리라. (그래서 영화 속에서도 그레고리오 선생은 나비를 잡을 때 ‘날개를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고 당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비의 부수적인 속성이 마치 나비의 전부인 것처럼 확대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 부수적인 것에 대한 집착과 광기가 나비의 날개를 꺾는 순간도 있다. 그것이 영화 [마리포사]에 구현된 스페인 내전의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상과 이데올로기의 차이는 나비가 빨아들이는 꿀의 차이처럼, 한 인물의 사고와 인생의 경로를 구분짓는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의 전부일까? 인간으로서 나이를 먹으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사랑과 우정의 감정 모두를 치환해버릴 만큼 그것이 인간의 삶에 절대적인 요소일까? 영화에 할애된 대부분의 시간은 나비의 날개와 같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삶의 자취와 감정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차분히 그려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영화는, 나비의 혀와도 같은 이데올로기의 차이에 대한 광기와 집착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모든 기억을 산산조각 내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마지막 장면, 순수한 눈동자가 내뱉는 순수한 언어와 어울리지 않는 모순된 상황을 통해 극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따라서 영화 내내 감독이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펼쳐내는 감미로운 영상들을 모두 잊고 마지막 장면에만 주목하는 것은 나비의 날개짓이 아닌 나비의 혀에만 집착하는 비극과 다를 바가 없을 것 같다. 어쩌면 감독은 영화 내내 흐르던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들을 통해 ‘인간이 인간답게 성장하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스명이 수업 덕분에 간만에 인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아름답고도 슬픈 영화였다.


p.s.  순수한 눈동자의 아이는 스페인 내전의 피해자임과 동시에 타인에게 돌을 던지는 가해자가 된다.
       더욱 슬픈 것은 자신의 던지는 돌의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 아이는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몬초가 돌을 던질때 내뱉는 '틸로노린코'는 사랑하는 암컷에게 꽃을 바치는 새의 이름(선생님이 알려준 것)이다.
       어쩌면 주인공 몬초는 사랑하는 그레고리오 선생을 향해 던지는 돌에 자신의 감정을 고백한 것일지도.
       아무것도 모르면서 스스로를 부정하는 구호를 내뱉는 몬초,
       그리고 그 몬초를 바라보는 그레고리오 선생의 처량한 시선의 교차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눈시울을 젖게 한다.

Posted by 문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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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11 01: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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